오아시스 이창동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교수님이 이 영화를 보고 다음에 또 이야기해보자.라고 하셔서 바로 받아보았다. 마침 부모님이 안계셔서 쇼파 위에서 얼음물통 안고 선풍기 틀고 감상. 이전에 쌓여있던 네이버페이 1000원으로 결제해서 봄.


 1. 겨울에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출소자보다 먼저 내 눈에 들어왔던 건 담배였다. 버스 정류장에서든 음식점에서든 모두들 계속 담배를 빽빽 피고 있다. 2000년 전후로 영화 찍었을텐데, 20년전 우리나라 사회가 얼마나 미개(...)했는지가 보인다...담배랑 불빌려달라고 하면서 담배피는 사람이 늘어나자, 옆에서 버스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이 짜증나하는 표정에 공감되었다. 


2. 주인공 홍종두는 그냥 나쁜 놈,,,이기보다는, 흔히 우리 사회에서 분류하는 싸이코패스/문제아/사회부적응자/주변인 유형에 속하는 캐릭터다. 본인만의 도덕논리와 인간 관계 공식이 있는 인물. 한마디로, 정상이라고 간주되는 일반 사람들의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주변인들을 골아프게 하는 사람. 다른 말로 하자면, EQ가 낮아서 다른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파악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인물.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 자신을 좀 바꿔야한다는 생각조차 남이 화낼 때 잠시,,,바꾸는 척 할뿐, 근본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게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은, 한공주(문소리 배우분)을 겁탈하려던 장면이다. 홍종두에겐 욕구 해소 충동에 기반한 호감/사랑의 표현이었던 겁탈과도 같은 상황은, 실제 강간자들의 행동과는 다른 맥락상에 위치한다. 한공주가 실신하자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안다. 물을 뿌리는 것도 참 잔인하고 저급하다 싶던데, 여하간 그 후론 먼저 한공주와 관계를 맺으려 하지 않는다.


 3. 문소리 씨의 연기를 보며 매소드 연기가 이런 것이구나...를 알게되었다. 극 중 한공주는 뇌성마비 환자이다.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거울에 반사된 빛이 나비가 되고, 새가 되어 날아다니는데 여기에서부터 이후에도 공주의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장면이 등장할 거란 걸 짐작할 수 있다. 아니 사실, 처음에는 이게 환영인지 실제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중간중간 휠체어에서 일어나 자신이 원하는 평범한 비장애인의 모습으로 빈 물통으로 남자친구 머리를 치는 장면이나, 벽에 붙은 테피스트리 속 인도여자와 코끼리가 나와 같이 춤추는 장면 등...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상황을 상상하는 장면은 꽤 아름답고, 그래서 또 안타까웠다. 불가능한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한지는, 마지막에 경찰서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4. 모쪼록 다시 공주의 등장 장면으로 돌아와서, 한공주 캐릭터에게 놀랐던 부분은, 자신의 집에 무단침입해 자신을 겁탈하려고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서, 왜 나에게 꽃을 줬어요. 라고 하는 순간이었다. 아, 정말 통렬하더라. 자신을 멋대로 만지고 섹스를 하려고 한 사람에게 다시 돌아서서 거기에 좋아하는 마음이 있길 바라는 거. 그런 좋아함-비슷한 감정조차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자극이고 자신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신기함 그런거니까... 홍종두가 "공주? 공주같지는 ...않잖아 흐흐..."라고 말한후, 그래도 공주를 "마마"라고 부르겠다고 하자, 그러면 자신은 "장군"이라고 부르겠다고 하는, 여느 커플의 달달함 그것을 그들도 그들의 방식대로 즐기는 것이다. 


그런데 한공주는 홍종두가 자신이 홍경래라는 장군의 후손이라고 말할 때, 홍경래가 장군이 아니라 반역자라고 말한다. 그정도로 공주는 몸만 불편하지 보통 사람의 상식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그게 오랜 세월 장애인으로 대우받으면서 물러졌을지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홍종두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정상적인 사고와 합리성은, 아무도 여성으로 인식한 적 없는 자신 또한,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잇는 여자로 보일 수 있다는 전적으로 새로운 가능성 앞에서 부차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설령 강제로 관계를 맺으려는 사건이 있었더라도 그건 자기를 여자로 봤다는 거니까.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정말 그럴 수도 있을테니까. 영영 비추지 않을 것 같던 그한 줄기 희망의 빛에 기대어 전화를 걸고, 왜 꽃을 사왔냐고 물어봤던 것. 사실 공주는,  옆집여자가 남편을 데려와 자신의 방 밖에서 섹스를 하고, 공주를 놔두고 쾌적한 장애인 아파트로 이사가며 옆집 여자에게 돈을 주고 간간이 들르는 오빠 내외가 있는 등 자신을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사람들로 둘러쌓여 있다. 


모두가 자신을 정상적인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려려니 하며 문을 닫고, 혼자 잘 지내겠다고 말하고 없는 사람처럼 지내는데 익숙해진 상황에서, 홍종두라는 이상한 사람을 통해, 자신이 정상적인 삶의 형태 중 하나인 연애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공주가 밖으로부터 들려오는 여자와 남자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자신도 그 교성을 따라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자신을 겁탈하려고 했던 사람에게 다시 연락을 하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5. 무튼, 둘은 여러 추억을만들어 가는데, 보다보면 생각보다 헌식적인 홍의 행동들에 놀라게된다. 여느 연인과 다름없고, 다른 누구보다도 한공주의 말을 잘 알아듣는 종두. 이 부분이 나는 좀 감동적이더라. 누구도 참고 기다려 제대로 뜻을 알아주려고 하지 않는 공주의 말을. 잘 알아듣고 대답하고 그 사람을 궁금해해주는 종두는 적어도 공주에게는 최고의 사람이다.


6. 그렇다 하더도, 나는 대부분의 영화평을 잠식하는 <우리가 만든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이 영화를 통해 그 구분에 대해 재고해본다>는 식의 위선적이고 일시적인 도덕률에 거부감을 느낀다. 오히려, 정상, 비정상의 구분에서 물러나 종두와 공주의 상황만을 고려해 본다는 이야기가 나올법하게 연출한 감독이, 영화 바깥의 관객들의 이런 위선적인 반응을 의도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나가는 여자를 갑자기 덥쳐서 입으로 손막고 억누르며 자기 필요한 전화하고, 씨발년아-라고 욕하면서 억압하는 트라우마를 뭇 여성에게 주는 인간에게,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모르고 그런 피해를 작작 주는 사람에게, 이런 사람의 상황도 이해해야지- 와 같이, 이 사람을 기존사회의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싶다는 멍청이 같은 소리는 안하고싶다...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결국, "밥 안먹었네-그냥 이거 이따 먹어도 되지? 나 약속이 있어서-", 혹은 "형이 들어가겠다고 한거잖아, 이제와서 이러면 안되지-"등, 은근히 자신의 면목을 살리며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7. 그렇다. 나는 이 영화가 인간의 위선을 끝없이 드러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 위선은 영화 속의 두 주인공을 둘러싼 가족(알고보니 형대신 자기가 교도소에 들어감), 한공주 가족(장애인아파트에 자신들을 살면서 공주는 옛집에 혼자두고 옆집에 20만원씩 주고 음식등 주며 봐주도록 함, 마지막에 합의금 받으려고 함. 근데 홍가족들은 그냥 수감되라고 ㅋㅋㅋ. 진심으로 한공주를 겁탈한 그를 싫어하고 혐오하는 듯 하면서도, 재가 뭐가 좋다고 그런거지? 하며 합의금 받으려는 마음...), 경찰들(너 변태지? 저거보고 할 생각이 나냐? / 공주가 피해자로 몰리는 상황에서, 그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려는 생각은 그냥 당연히 없고, 그것보다도 피해자를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위치시키며, 당시 입었던 옷이지- 첫경험으로 인한 혈흔이 묻은 침대보를 얼굴 앞에 들이미는 것) 이 되게;;;;수사하는데 피해자 인권 제대로 못지키네,+ 첫경험하면 피나온다는 그런 ......같은;;;; 생각도 여실히 반영하는 것도 구림.....), 하지만, 이 사람들이 다 나쁜 사람도 아니고, 사회의 한 부분을 형성하며 살아가는 일반적인 사회구성원이라는 점에서 한나 아렌트가 생각남 ㅎㅎ 악의 일반성. 


8. 제일 마음가는 캐릭터는 형수님이던데.ㅎㅎ 그나마 어머니 생일잔치에 형이 죽인 환경미화원 딸, 장애인 데려와서 분위기 안좋을때, 그래도 왓으니 음식 드세요~라고 말한 유일한 인물... 화장실 변기 커버 올리고 싸라하고, 흙묻은 발로 집와서 생긴 자국들 자기가 닦고 고생하면서도 참 착하게 ㅠㅠ 응대해주는 분. 그상황에서 '미안한 말이지만, 너가 와서 더 안좋다, 너없을때가 나았다'라고 착하게 말하는건 천사라고 생각함...이걸 말하는 걸 홍이 받는 가족안, 사회 안에서의 억압 배척으로 해석하는 게 더 어이없....이건 천사임...일반 사람들보다 훨 고급지고 지성적으로 인격적으로 대하는 거 ㅠㅠㅠ 대다수의 사람이 한두번씩은 그렇게 행동한 적 있을거같다. 애매한 어정쩡한 상황에서, 좋게 좋게 넘어가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본인의 의도, 편의를 고수하는 것. 좋아할 수가 없는데 좋아하는 것. 


9. 일차원적으로 보면 장애인과 전과자(약간 사이코패스 끼가있는)라는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사회의 이면에 자리하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 그런 둘을 보는 사회의 편견에 가득찬, 왜곡된 시선. 


이렇게 단순히 요약할 수는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저 극단에 위치한 저 둘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찝찝한 마음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장애인이나 전과자는 아니지만, 둘의 연애를 보면서 느끼는 동족의식이 있었다. 사실 이 두 사람의 관계처럼 극단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연애 말고, 좀 못생기고 학교에서 인싸를 제외한 어정쩡한 사람들, 그리고 찌질하다-라는 표현에 좀더 어울리는 사람들, 연애 경험 없고 잘생기지도 예쁘지도 그렇다고 매력있지도 않은, 사회적으로 인기가 많지도 않은 사람들, 그 사람의 연애도 결국 이들의 연애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다. 


10. 그리고 그 위선은, 다시 돌아와서, 자신을 겁탈하려 했던 사람에게 다가가 연애 감정을 느끼고자 하는 한공주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인간 존재에게 내재하는 모순인거다, 결국 인간은 언제든 위선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모순의 유기체이다. 아울러, 이 영화는 모든 인간 현상은 층층이 또 겹겹이 겹쳐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다른 하나 남는 생각은, 공주의 표정을 읽을수가 없었다는 거다. 장애로 일그러져 있어 좋을때도 슬플때도 기분나쁠때도 다른 점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경찰서에서 홍종두의 무죄를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안타까운 순간이 나타나고 했던 거겠지...(문소리님 메소드 연기 다시한번 엄지척) 


11. 교수님은 인을 포괄하는 기독교의 '사랑'의 넓은 영역과 그 특수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기 전에 이걸 보라고 하셨는데, 이 영화를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버닝>을 보고 뭐 이딴 영화가 다있어-했던 부분은 역시나 오아시스에서도 보이는데, 그래도 여기선 개연성있고 전체적 맥락에서 나와서 그래도 중간에 끄진 않았다. 마초감독 영화는 오히려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는걸로 해석할 수 있었다. 오아시스 보니 버닝이 얼마나...(이런 말쓰긴 좀 무섭지만) 맛간(...) 노땅의 자아도취형 띵작인지 다시 알 수 있었.... 여하간, 뭐가 이렇게 보이는게 신기하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 어려운 전공 텍스트도 읽고 거기에 깊이 들어가면 더 꿰뚫어볼 수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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