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고마웠던 분. 

나는 공감과 감정을 강조하지만, 사실 J씨 처럼 이렇게 따뜻하고 부드럽게 배려하는 

말을 "항상" 꺼낼 수 있는 사람은 못되는 것 같다.


_


2015-09-03 (목) 23:26:43


뜬금없는 메일 의아하실거라 생각해요.

책상 바로 옆의 책장을 정리하면서 버리지 않고 몇권 놔둔 대학내일, 같은 잡지들을 다시 펴읽어보다가

예전엔 미처 보지 못했던, 혹은 기억하지 못했던 J씨의 글을 읽었어요.

'이 비행기는 곧 안전하게 착륙합니다'


자른지 한달이 되어도 아직 덜 자리잡아 마음에 들지 않는 짧은 머리도,

실연에서 헤어나온 듯 헤어나오지 못해 자그마한 일에 오늘도 울어버린 것도,

차라리 얼른 알게되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지나야 알수 있는 어떤 결과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


...


그 외에도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는 나도, 흔들리는 감정들도 진로도, 털어놓을 친구도 없는 것들에 힘들지만, 안힘든 사람이, 안힘든 날이 어딨겠어. 누가 힘들고 슬픈 이야기를 듣고 싶겠어, 누가 진심으로 자기 일이 아닌 걸 들어주겠어, 란 생각을 하며 매일매일 힘든 척 피곤한 척 살아가고 있어요. 사실 읽지 않으셔도 좋겠어요. 오래되서 쓰지 않는 메일이라거나...힘들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누군가에게.


...


J씨 글처럼, 흔들릴 때 마다 한숨을 쉬어요. 아주 깊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지만, 정말 제대로 청산할 수 있을까. 란 생각도 함께 남아있는 하루하루입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겠죠. 그저 버티는 수 밖에요. 덮지 않고 마주보아야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그동안 제껴왔던 '나만을 위한 가장 뜨거운 시간'이었다 말할 수 있겠죠.

내 삶을 어떤 면에선 풍부하게 해준 건 여과없는 사실이니까....씩씩하게 견뎌보아야죠.

 

지원씨는 무사히, 안전하게 착륙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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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7 (월) 19:37


답장이 조금 늦었죠? 보내주신 글을 읽고 '내가 거기에다 무슨 말을 썼었지?' 돌이켜보며 대학내일을 다시 뒤져서 글을 펼쳐 보려다가, 말았어요. 지금 읽으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요^^ 불과 일년 반정도 지난 일이네요. 그때는 모든게 허무하고 엄청 힘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그랬는지 구체적으로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지금도 물론 항상 허무하고 엄청 힘든데 저를 힘들게 하는 대상은 이제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걸로 바뀌었어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민경씨의 비행기도 저의 비행기처럼 안전하게 착륙할 거에요. 착륙하자마자 다른 비행기를 또 타야 하는게 문제지만^^ 그때 글을 쓰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작은 확률일지라도 꼭 추락하는 비행기가 생기듯이 내가 겪고있는 고통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래도 옆에서 손 꼭 잡아주면서 '나만 믿어 이것도 다 지나갈거야'라고 말해줄만한 사람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저에게도 그런 말을 해줄만한 사람이 저 자신밖에 없네요. 제가 민경씨에게 '힘내세요'라고 쉽게 말한다면 그건 얄팍한 오지랖일 뿐이겠죠. '힘든거 다 지나갈거니까 믿으세요'라고 말한다고 해도 꼰대(?)같을 것 같아요. 


우리의 비행기는 추락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버텨보자 라고 말하는게 최선일까. 음. 그냥 고맙다는 말만 하고 싶어요. 민경씨가 보내주신 메일 덕분에 저는 힘이 났어요. 힘들다고 얘기해준 것도 고맙고 안부를 물어준 것도 고마워요. 글에서 느껴지는 민경씨는 정말 좋은 사람일 것 같아요. 저는 힘을 받았는데 보답으로 뭘 해드릴수 있을까. 요즘 듣고있는 노래를 보내드릴게요^^ https://www.youtube.com/watch?v=rdpBZ5_b48g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라는 노래인데 곡을 쓴 사람이 어렸을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너무너무 슬펐는데 방문을 닫고 '9월이 지나면 깨워줘'라고 했다고 해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걸 알지만 그 사실을 알더라도 힘든건 힘든거니까 눈 감았다 뜨면 다 지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저도 있었거든요. 민경씨도 저도 어쨌든 이것밖에는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힘내서 잘 버텨봐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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